**결론적으로 말해 충분한 실력을 갖춘 스피커

오래전 이야기지만, 시청평을 쓰기 위해서 듣던 중 스피커의 소리가 너무 마음에 들어, 결국은 그대로 그 제품을 구입해버린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때보다도 훨씬 마음을 사로잡은 스피커를 만나게 되었다. 물론 충동 구매를 하기에는 너무 가격대가 부담스러워서 욕심을 자제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스웨덴에서 제작된 구루 QM10이란 북셀프형 스피커이다.

정말 오랜만에 이 스피커를 들으며 오디오적 쾌감을 만끽할 수 있었다. 외모는 그리 탐탁지 않았다. 오디오 설계자들이 가장 기피하는 정육면체에 가까운 모습인데, 뚝배기보다는 장맛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음질만은 외모와는 전혀 달랐다. 2웨이 2스피커 구성의 베이스리플렉스형인데 외견상 채용된 유닛들도 그저 그런 평범한 수준으로 보였다. 하지만 초창기 스캔스피크의 시제품 개발에 동참했던 엔지니어가 설계한 특별한 유닛이라고 한다.

정사각형에 가까운 전면 배플에 10cm짜리 자그마한 우퍼와 그 위에 돔형 트위터가 배치된 설계인데, 트위터와 우퍼의 가장자리를 MDF로 눈사람 모양의 테를 두른 디자인이 특이하다. 음질을 고려하여 우퍼에는 풀레인지 유닛을 채용했고, 트위터만 심플한 네트워크를 거치도록 한 점도 돋보이는 특징이다.

한편 자그마한 LED가 우퍼와 트위터 사이에서 점등되는데,30Hz~5kHz 주파수 대역에서 디스토션이 없는 클리어한 사운드가 재생되고 있음을 알리는 장치로 보여진다. 우퍼 하단에는 아주 큰 입을 조금 벌린 채, 웃고 있는 듯한 포트가 마련되어 있다. 후면 하단에는 바나나 플러그 대응의 스피커 터미널이 채용되었는데, 물론 싱글 와이어링 대응이다. 사용상의 권고 사항도 많다. 즉 고급 바나나 플러그의 사용과 함께, 스파이크 대신 나무 토막을 엷게 켠 원통형 인슐레이터의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또 스탠드도 60cm 높이의 전용 제품을 사용하라고 권장하고 있다. 이외에도 질 좋은 카펫을 깔고 뒷벽면에 두꺼운 커튼을 칠 것, 양 벽면을 평면 그대로 두지 말 것 등이다. 그런데 특기할 사항은 스피커와 벽면과의 거리이다. 여타 스피커에서는 가급적 스피커와 벽면 사이를 띄우도록 권유하는 데 반해, 본기의 경우는 가능한 한 밀착시킬 것을 권장한다.

시청에는 골드문트 20A CD트랜스포트와 390D 인티앰프+DA컨버터가 동원되었다. 생김새와 어울리지 않게 대단히 매혹적인 음이 흘러나온다. 단순히 저역의 풍만감만 극대화시킨 음은 아니고, 밀도감에 있어서도 나무랄 데가 없다. 10cm짜리 우퍼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음장감이 펼쳐진다. 레스피기의 발레 모음곡 ‘시바의 여왕, 벨키스’ 중에서 ‘전쟁 무곡’을 들어보았다. 팀파니의 울림에 생동감이 느껴진다.

브라스의 신선한 표현력은 물론, 폭발적인 타악기의 향연도 상당한 수준이다. 큰북의 어택음의 스피디함도 발군이다. 또한 울림의 여운도 잘 살아난다. 존 콜트 레인과 조니 하트만이 함께 연주한 ‘마이 원 앤드 온리 러브’에서 콜트레인의 테너 색소폰의 톤 컬러도 아주 리얼하다. 하트만의 매력적인 보컬은 정말 일품이다. 리듬, 스피드감, 비트에 대한 불만은 전혀 없었다. 결론적으로 말해 충분한 실력을 갖춘 스피커란 점에 이의를 달기 어려웠다. (글:나병욱)

**광채가 빛나는 본기의 당당함. 실로 군계일학이란 느낌

스피커의 존재를 잊고 사운드에 몰두하고자 하는 애호가들에게 본기는 대단한 선물이 될 것이다. 하이엔드 앰프와 스피커들 틈바구니에서도 광채가 빛나는 본기의 당당함은 실로 군계일학이 아닐 수 없다. 필자는 그 동안 스피커의 발전은 이미 오래 전에 끝났다고 생각해왔다. 그런 필자의 편견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말았다.

악기 묘사와 보컬의 민감한 변화까지도 정확하게 포착해내는 본기 앞에서, 그 리얼한 사운드는 절품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어떤 소스라도 음악성이 넘치고, 특히 포커싱이 우수해서 악기들이 마치 홀로그램처럼 공간에 펼쳐져서 진면목을 만끽하게 만든다.

본기를 처음 대하면 아마도 존재감이 다소 미약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소리를 듣는 순간 그런 편견은 말끔히 사라져 버린다. 본기는 좁은 공간에서는 메인 스피커로 사용해도 훌륭한 사운드를 재생해 줄 제품으로 생각된다. 그동안 여러 제품을 시청했지만 본기만큼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제품도 드물다. 제품의 가격대를 생각한다면 비슷한 가격대인 진공관 앰프와 물려서 사용해도 좋은 결과를 얻을 것으로 생각된다. (글:박이창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