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오드는 1994년에 일본에서 설립된 진공관 앰프 전문 제작 업체. 해외의 유명 진공관 앰프 업체들과 비교하면 길지 않은 역사를 갖고있지만, 음악적 성능이 우수한 모델을 다수 내놓고 있다. 이 업체의 라인업 중에는 가격이 합리적인 인티그레이티드 앰프 모델이 많다.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에는 다소 힘겨울 수 있는 B&W의 802D스피커에 연결해 시청. 이규모의 앰프에서 기대하는것 이상으로 플랫한 밸런스와 스피커의 우퍼를 정확히 제동해내는 드라이빙 능력에 감탄한다. 진공관 앰프의 숙명처럼 여겨지는 유약하고 느슨한 저음 대신 당당하게 펼쳐지는 무대와 적시에 울려내는 강력한 어택이 인상적. 편성이 큰 교향악이나 합창곡에서도 안정감과 여유가 느껴진다. 음량이 다이내믹하게 변화하는 힘겨운 상황에서도 일말의 우려없이 음악에 집중 할 수 있게 된다. 비슷한 가격대 TR앰프의 경우 수치상으로 표시된 출력은 높지만, 이 앰프의 청감상 구동력이 더 믿을 만하다. 따라서 대개의 경우 사용하는 시스템에 관계없이 안심하고 추천할 수 있는 제품이 되겠다.

진공관 앰프의 특징인 투명하고 자연스러운 질감, 그리고 매끈한 고음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 다만, 진공관 앰프 팬들이 추구하는 나긋나긋한 질감이라든지, 실제 소리와 다소 거리가 있는 화성적인 착색등은 철저하게 억제돼 있다. 때문에 오디오의 취미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열광할 만한 요소가 많지 않다. 대신에 음악을 진실하고 진지하게 재생하는 데서 얻어지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지적이고 분석적으로 음악을 감상하는 분들에게는 정확하고 실수 없는 재생을 하는 이 앰프가 마음에 꼭 드는 선택이 될 것이다. 이 가격대의 제품이라면 모든 면에서 완벽할 수 없기 때문에, 선택의 묘미를 살려 튜닝하는 경우가 많다. 즉, 품질의 차이보다는 취향의 차이로 제품을 골라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TRV-88SE는 성능상 충분한 여유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보다는 보편적으로 추천할 수 있는 제품이 된다. 까다로운 청취자가 오래도록 음악을 감상하더라도 단점을 지적하기 어려워 보인다. 앰프가 데워지고 난 이후의 소리는 보다 유연하고 자연스러움이 더해진다. 그럼에도 첫인상에서의 차분하면서도 안정된 특성은 그대로 유지된다.

음악적 재생 수준을 최우선적인 판단 기준으로 놓는다면, 같은 가격대에서는 경쟁 제품을 찾기란 매우 버거운 일이 될 듯하다. 게다가 디자인과 만듦새까지 훌륭하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고 할 수 있다. 해외 저널에서 '비현실적인 가격 대 성능 비의 제품'이라고 평한 적이 있는데, 정말 적절한 평가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비현실적인 TRV-88SE인티그레이티드 앰프가 들려주는 소리는 너무나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오디오 입문자에서부터 노련한 오디오 팬에 이르기까지 안심하고 권할 수 있는 선택
국내 팬들에게는 다소 낯선 브랜드지만, 이 앰프 자체만으로 충분히 유명 브랜드의 반열에 오를 만한 설득력을 지닌다. 입문자들에게는 실수 없이 안심할 만한 선택의 대상으로, 그리고 노련한 오디오 팬들에게는 메인 시스템 못지않고 간편한 서브 시스템으로 사랑받을 수 있겠다.

- 2007년 10월 HiVi 리뷰글 발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