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솔루트 사운드, 오디오홀릭, 홈 씨어터 색, 스테레오 프리스티지 리뷰, 오디오 엑스프레스(Xpress) ... 이 잡지들의 공통점이 뭘까? 물론 미국에서 통용되는 오디오 전문지라는 점만 빼면, 바로 한 가지가 나온다. 바로 이번 리뷰의 주인공에게 “올해의 제품” 내지는 “에디터 초이스”라는 대상을 안긴 잡지들이라는 점이다. 왜 이렇게 열광하는 것일까?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지겠다. 만일 여러분들이 저녁에 뭔가를 먹기 위해 두 개의 식당을 두고 고민하다고 치자. 하나는 인테리어도 허술하고, 아줌마의 접객 태도도 불량하지만 맛 하나는 끝내주는 A라는 곳이고, 또 하나는 최고급 인테리어에 넓은 주차장을 갖추고 있지만 내용은 그저 그런, 겉만 요란한 B라는 곳이 있다고 하자. 과연 어디를 택할 것인가? 참고로 A는 B의 절반 가격도 안된다.

그래도 혹 의구심을 갖는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대충 유닛이나 생김새를 보면 중국이나 다른 제3세계의 제품이 아닐까? 절대 그렇지 않다. 순정 메이드 인 USA 제품이며, 역사가 30년 가까이나 된 노장일 뿐 아니라, 제작자로 말하면 빌 더들스톤(Bill Dudleston)이라고, 미국쪽 오디오계에선 널리 알려진 분이다. 원래 스튜디오쪽 장비를 만들다가 하이파이까지 병행하니까, 아무튼 내공이 깊은 설계자로 생각하면 좋겠다.

본 기의 구성은 4웨이 6스피커 방식이다. 즉, 4개의 대역을 나눠서 6개의 유닛을 투입한 것이다. 뭐 이렇게 쓰면, 좀 아마추어적인 접근법이 아니냐 우려할 애호가도 있을 것 같다. 요즘 유행하는 방식과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한 장단점을 한번 짚고 넘어가보자. 장점부터 꼽는다면, 유닛 하나가 받는 주파수 대역이 비교적 좁기 때문에 충실하게 커버할 수 있다. 밀도가 높고, 파탄이 적은 음을 낼 수가 있다. 

물론 이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실제로 두 개의 AMT는 각각 트위터와 미드레인지를 담당한다. 이중 미드레인지의 주파수 대역은 2.8KHz~8KHz. 말이 미드레인지지, 미드 하이 정도에 가까운 스펙이다. 이것을 트위터로 봐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메이커에선 정확히 미드레인지라 밝히고 있고, 실제 내용도 이와 유사하다.

마지막으로 우퍼를 보면, 동사는 서브우퍼라 칭한다. 하긴 우리가 통상의 우퍼라고 하면 아무리 적게 잡아도 위에서 300Hz 정도는 커버한다. 그러나 고작 120Hz에 멈추니 이렇게 부를 수밖에 없다. 대신 밑으로 18Hz까지 스트레이트로 뻗는다. 제대로 구동만 되면 두 발의 12인치 저역이 내는 무시무시한 양감은 정말 가공할 만하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두 개의 AMT가 일종의 혼라이크(hornlike)한 방식으로 운용된다는 점이다. 유닛을 감싸는 플레이트를 좀 두껍게 하고, 유닛과 만나는 지점이 움푹 패여서 혼과 비슷한 방식으로 방사되는 식이다. 물론 전통적인 컴프레션 드라이버 & 혼 방식과는 차이가 있지만, 그 결과물은 혼의 특성을 따르고 있다.

본 기의 시청을 위해 앰프는 다질의 프리 NHB-18NS와 파워 NHB-108 Model One을 사용했다. 소스기로는 오렌더에 브리카스티 M1 조합이다. 시청 트랙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첫 곡 베토벤을 들으면서 느낀 것은, 고역의 상쾌함과 개방감이다. 과연 AMT를 두 발이나 쓴 이유를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사실 이런 계통은 돔에서 나오는 직진성이 딸리는 대신 넓은 방사각을 자랑한다. 그러나 혼라이크한 접근으로, 이 부분을 극복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고역을 좋아하기 때문에 일단 마음에 들었다. 우선 바리톤이 출현할 때, 주변 악기군이 둘러싼 모습이 매우 자연스럽다. 다채로운 악기와 코러스가 일체 뭉치는 법이 없다. 음 자체도 상당히 고급스러워, 유닛을 비롯, 투입된 부품의 퀄리티가 상당하다는 것을 알게 한다. 또 AMT와 다른 유닛들간의 음색이나 밸런스도 괜찮아, 전체적으로 통일성을 갖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전성기 쳇의 풋풋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두 번째 곡에서, 두툼하면서 기분좋은 브라스 섹션의 움직임이 절묘하다. 가늘게 비브라토를 사용하는 쳇의 목소리도 맛깔나고, 간결한 피아노 반주도 매혹적이다. 무척 예전의 녹음이지만, 의외로 신선하고, 공간감도 풍부하며, 입체적이다. 특히, 이런 재즈에서 본 기는 상당한 강점을 갖고 있다. 스피커와 소스가 기본적으로 궁합이 맞는다.

이번에는 최신 녹음의 재즈를 들어본다. 일단 투명하고, 디테일이 풍부하다. 또 공간감도 좋아서, 녹음 당시의 분위기가 리얼하게 다가온다. 청아하면서 깨끗한 음성이 주는 신선함이라던가, 피아노의 명료한 터치와 긴 잔향 등 크리스탈 클리어한 느낌을 준다. 마치 정전형 스피커를 듣는 듯한 해상도는 이런 녹음에 제격이다.

역시 빼어난 녹음으로 지금까지 인기가 높은 다이어 스트레이츠의 곡은, 본 기에서 찬란하게 빛을 발한다. 초반에 파도처럼 밀어닥치는 신디사이저의 음에서 마구 두드려대는 드럼의 강력한 어택감, 신비스런 스팅의 백 보컬을 지나, 전율의 쓰리 핑거로 시작되는 리드 기타의 돌출과 텁텁한 노플러의 보컬에 이르기까지, 뭐 하나 빠짐이 없다. 실제로 여러 악기가 춤을 추듯 꿈틀대는데, 그 흐름이 리드미컬하고 또 일목요연하다. 보컬과 악기간의 레이어가 풍부하게 드러나, 음장의 맛도 아울러 맛볼 수 있다. 정말 겉보기와 다른 스피커라구나 새삼 감탄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