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FI에게
건넨 최고의 선물, 에센시오
조금씩 우리에게 친숙한 존재로 다가오고 있는 노스스타는, 이태이 토스카나주 산 쥘리아노 테르메라는 소도시에 위치하고 있다. 인근에 피사가 있고, 피렌체도 멀지 않으므로 언제 토스카나 지방에 가면 한번 방문하고 싶은 곳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요즘처럼 최고가의 하이엔드가 즐비한 시장에서 싸고 좋은 제품을 만드는데 온 힘을 쏟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회사의 물건을 단순히 크기나 외관만 보고 짐작하는 우를 범하지 말기 바란다.
이번에 만난 에센시오라는 모델은 제일 먼저 주목해야 할것이 USB 입력으로 192KHz/32 비트의 업 샘플링을 가능케한다는 점이다. 사실 이 스펙은 오랜 기간 PC-FI 애호가들이 기다려온 것으로, 드디어 하이엔드급의 음질을 만끽할 수 있게 되었다. 수천만원대의 DAC들이 아직도 96KHz급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그야말로 주자일소 만루홈런을 친 것이다. 이를 위해 동원한 것이 시러스에서 나온 CS8420 이라는 칩이다. 이것을 통해 업샘플링을 하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를 다시 리클록을 해서 지터 저감을 실현했다. 참 대단한 성과다. 정확히는 업샘플링된 신호를 FIFO 메모리에 넣었다가 다시 리클록하는 방식이다. 최대한 좋은 음질을 구현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보이는 대목이다. 그런데 이런 업샘플링은 USB 입력에만 해당하지 얺고 무려 5개에 이르는 디지털 인풋 공히 해당한다. 정확히 2개의 코액셜 단자와 3개의 옵티컬 간자다. 단, 토스링크의 경우만 96KHz에서 멈추는데, 이는 단자 자체가 갖고 있는 스펙상의 문제라 보여진다.
사실, 본기는 외부에서 볼 때 매우 작다. 거기에 가격도 저렴해서 대충 내부도 부실할 것이라 짐작하기 쉽다. 하지만 만일 기회가 있어서 뚜껑을 열게 된다면 깜짝 놀랄 것이다. 상당히 많은 부품들이 질서정연하게 배열되어 있고, 파워 서플라이 부분에는 엄청난 물량 투입이 이뤄졌다. 본기의 DAC, 아날로그부 등 총 4개의 파트를 나눠서 별도로 전원을 공급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전원이 안정적으로, 서로 간섭없이 공급되면 해당 파트의 동작이 얼마나 원활하게 되는지는 두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USB 및 다섯개의 디지털 입력단을 통해 들어오는 신호가 한차례 업샘플링된 다음 이어지는 DAC부의 존재가 중요해 진다. 여기서 투입한 것은 텍사스 인스투르멘탈의 PCM 1795라는 칩이다. 최신 사양의 제품으로, 무려 123dB의 다이내믹 레인지를 자랑한다. 통상 이 가격대의 CDP들이 간신히 110dB를 넘어서는 것을 보면 얼마나 대단한 사양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다이내믹 레인지가 넓을 수록, 해상도나 음폭의 높낮이 등 여러 면에서 유리해 진다. 다시 한번 가격표를 의심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언급할 것이 아날로그부, 이를 위해 역시 텍사스 인스트루멘탈의 OPA1611이라는 칩을 동원했다. 그리고 OP 앰프로 아날로그부를 설계했다. 사실 OP 앰프보다는 정통적인 회로로 아날로그부를 공급하는 것이 유리하긴 하지만, 그럴 경우 단가 문제가 불거진다. 또 이 회사는 CDP나 DAC 뿐 아니라 앰프도 만드는 곳이다. 특히, MM/MC를 모두 소화하는 포노앰프는 덩치도 크고, 사양도 대단하다. 절대로 이 부분을 간과할 리 없다. 하지만 이회사의 모토는 밸류 포 머니, 즉 되도록 저렴한 가격으로 하이 퀄리티한 음을 선사한다는 데에 있으므로, 이런 선택을 한 것이다. 단, 여기서 중요한 것은 OPA1611이 전류와 전압을 변환하는 역할을 맡고, LME 49710이 필터 역할을 하는 등, 나름대로 음질을 위해 여러 고안을 했다는 점이다.
아무튼 PC를 통해 또 CDT의 연결을 통해 음을 들어보면,확실히 이 제품이 갖는 강점이 보인다. 정보량이 많고, 가닥추림이 좋으며, 악기와 보컬이 사실적으로 전달된다. 거기에 약간의 윤기도 느껴질 수 있을 만큼고급스런 품새다.만일 블라인드 테스트로 본 기를 듣는다면 상당한 가격표가 붙어있을 거라고 지레 짐작할 만한 내용이다. PC-FI쪽에서 보다 하이 퀄리티한 음을 듣고자 한다면, 본 기의 존재감은 더욱강력하게 어필 할 것이다.
하이파이쵸이스 / 2010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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