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드만은 1992년 앰프를 첫 제품으로 내놓으며 오디오 시장에 발을 들인 업체다. 창업자인 Norbert Lindemann은 엔지니어로서 이 회사를 세우며 앰프 뿐만 아니라 스피커와 플레이어 등 전체 라인업을 모두 설계하는 뛰어난 능력을 선보였다. 특히 우리에게 이 회사가 가장 잘 알려지게 된 것은 2002년 처음 발매한 SACD 플레이어 덕분으로 린드만은 이 제품을 시작으로 디지털 설계에서 큰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최초의 SACD 플레이어는 D680으로 전원 분리와 신호의 격리 그리고 업샘플링 기술과 디지털 클럭 정밀화 등 하이엔드적인 설계 및 고순도 SACD 사운드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고 이를 한층 안정화 시키고 고급스러운 모델로 재편한 것이 현재도 판매중인 820 시리즈의 SACD 플레이어들이다. 특히 상위 모델인 820SSACD 플레이어는 동축과 AES/EBU 등의 디지털 입력을 제공하여 치밀하게 설계한 하이엔드 DAC 회로를 다른 디지털 소스로도 겸용할 수 있도록 했다. 바로 이 부분이 테스트에 등장한 린드만의 USB DDC의 출발점이 된다.

린드만이 제작한 USB DDC는 USB Digital Digital Converter로서 말 그대로 디지털 신호 변환 장치다. 먼저 일러둘 점은 이 제품은 USB DAC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DDC라는 이름처럼 PC나 Mac 등의 컴퓨터에서 USB 단자를 통해 오디오 출력을 뽑아 이를 다시 오디오에 연결 가능한 SPDIF 디지털 오디오 신호로 변환해주는 장치다. 따라서 USB DDC가 있더라도 컴퓨터의 사운드를 하이파이로 즐기려면 별도의 DAC가 필요하다. 물론 린드만의 820S SACD 플레이어가 있다면 완벽한 레퍼런스 조합이 된다.

외형을 보면 핸드폰 보다도 작은 크기로 높이도 불과 3cm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섀시는 깨끗하게 깎아 만든 순 알루미늄 소재이며 전면에는 린드만의 로고와 빨간 LED 불빛이 하이엔드적인 느낌을 강하게 풍긴다. 뒷면의 단자는 딱 3가지 뿐이다. 좌측에는 B타입의 USB 단자가 컴퓨터로부터 신호를 받으며 우측의 광, 동축 디지털 출력 단자들은 USB 오디오를 SPDIF로 출력을 해준다.

한가지 궁금한 점은 전원이다. USB DDC는 자체 전원이 없다. 전원을 USB단자에서 딸려오는 Vbus의 전압을 그대로 쓴다. 대신 USB DDC 내부의 DC-DC컨버터와 정류 회로 그리고 입력 전압과 출력 전압 간의 완전한 전원 분리 회로 모두 설계되어 있다. 즉, 별도의 전원 재처리 과정을 취하여 회로에 사용하므로 전원 노이즈에 대한 걱정은 접어도 된다.

제작자인 Norbert Lindemann 또한 USB전원의 출렁 거림과 전압 변동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이에 맞춰 USB 전원의 사용을 설계하고 테스트하여 완성했다고 하니 믿어도 좋다(제작자 인터뷰 참조). USB DDC의 또 다른 장점은 클럭 기술이다. 통상 USB 오디오 기기들은 컴퓨터에서 패킷 단위로 전송되는 데이터 속에 오디오 신호가 담겨 있다. 이를 받아서 전송되는 데이터 패킷 속도에서 기준 클럭을 만들고 패킷을 파징하여 속에 담긴 디지털 오디오 신호를 꺼낸다. 그리고 그 클럭과 데이터를 갖고 다시 SPDIF 포맷으로 재출력을 하거나 또는 자체 DAC로 DA 변환을 해준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이 어떻게 클럭을 처리하는가가 음질을 좌우하는 관건이 된다. 린드만 USBDDC는 지터를 제거한 정확한 클럭을 만들기 위해 820S SACD 플레이어 등에 경험한 바 있는 PLL 기술을 변환하여 USB DDC에 심었다. 디지털 방식의 PLL 기술을 사용하여 더 정확한 클럭을 기반으로 USB에서 기존 하이파이 플레이어와 다름 없는 SPDIF의 디지털 신호 출력을 뽑아낼 수 있도록 했다.

이번에 테스트 된 USB DDC의 정확한 제품명은 USB DDC 24/96이며 실제로는 2세대 제품이다. 지난해 처음 발매한USB DDC는 국내에는 수입되지 않았는데 당시 제품들은 버브라운의 PCM 27xx 시리즈 칩셋을 사용하여 신호 전송의 한계가 48kHz/24bit가 최대치였다. 이에 반해 국내에는 처음 수입되는 USB DDC 24/96은 같은 버브라운이지만 TUSB3200A 칩셋을 USB 오디오 인터페이스로 교체하여 최대 전송 한계가 96kHz/24bit로 높아졌다. 이 방식은 Ayre와 Wavelength 그리고 국내에서는 솜 등이 사용한 것으로 USB 2.0 오디오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가장 넓은 전송 대역폭을 지원하는 것이다. 또한 이번 2세대 제품이 전작과 다른 또 하나의 특징은 PLL이다. 전작이 기존PLL 기술을 썼던 것과 달리(물론 자사의 고급 플레이어의 기술에서 유추한 것이긴 하다) 새버전의 이번 제품에는 디지털 PLL 방식으로 정밀도를 한 단계 높인 PLL 기법을 도입했다고 한다. 따라서USB로 인한 클럭과 지터 문제를 거의 완벽하게 해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테스트를 위해 윈도우 XP가 깔린 PC를 사용했으며 오디오 출력은 ASIO4ALL 드라이버를 설치한 뒤 Foobar의 Asio4All출력을 이용했다. 음원 소스는 .wav 파일과 .flac 파일 두가지를 사용했으며 USB케이블은 Wireworld의 Ultraviolet USB케이블을 사용했다(USB 케이블은 반드시 막선을 쓰지 않아야 한다. 음질 차이가 상당하다).


사운드 퀄리티
이 기기는 USB 인터페이스의 SPDIF 변환만 해주는 것이므로 음질 테스트는 같은 USB 인터페이스를 사용한 기기로 하는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준비한 것이 코드 일렉트로닉스의 QBD 76이다. 개인적으로는 현존하는 가장 뛰어난 USB DAC이며 동시에 하이엔드 DAC 인 제품이다. 연결은 두가지로 비교했는데 하나는 컴퓨터와 QBD 76을 USB로 직결한 경우, 다른 하나는 컴퓨터를 USB DDC와 연결하고 USB DDC의 동축 출력을 QBD 76의 동축 입력으로 연결한 경우다. 사실 USB를 SPDIF로 바꿔서 보낸다고 음질이 차이가 날 것이라고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어차피 USB 인터페이스로 오디오를 보내는 기본 기술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칩셋은 다르지만 둘다 버브라운 칩으로 USB에서 디지털 오디오를 빼내지 않는가. 하지만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두 연결 간의 음질 차이는 명확하게 드러난다. QBD 76을 컴퓨터와 직결한 사운드도 좋았지만 최종 음질은 린드만의 완승이다. 세세하게 중역이 좋고 저역이 깊고 고역이 더 디테일하다는 식의 비교가 아니라 딱 들어보면 MP3와 CD 플레이어의 차이처럼 명확한 음의 차이가 드러난다. 밀도감과 정보량이 확연히 더 높을 뿐만 아니라 대역의 폭이 넓고 개방감이나 스테이징 등에서도 명확한 차이를 보여준다. 단지 USB를 SPDIF로 바꾸어 전송했을 뿐인데!

이번에는 QBD 76 내부의 램버퍼를 동작시켜 보았다. 앞선 테스트는 QBD 76의 버퍼를 끈 상태로 보다 직관적인 기기간의 음질 비교였던 것에 비해 이번에는 DAC의 램 버퍼로 3초간의 데이터 버퍼링을 통해 지터를 제거하는 기능을 동작시켰다. 확실히 램 버퍼의 효과는 있었다. 앞선 차이에 비해 정보량이나 개방감, 스테이징 등에서 두 기기간의 차이는 한층 줄어들고 서로 경쟁할 만한 수준의 음으로 보폭이 줄어든다. 하지만 그래도 음질의 차이는 여전히 존재했다. 결국 이런 문제에 대한 해답으로는 한가지 밖에 없다. USB 인터페이스의 차이다. 먼저 지터를 꼽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사실 USB DDC의 디지털 PLL보다는 코드 QBD 76의 초정밀 클럭에 의한 지터 제거 능력이 월등하게 더 우수하다. 허용 오차가 3ppm에 불과한 QBD 76이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이가 나는 것은 USB 인터페이스가 다르기 때문이다. QBD 76은 PCM 27xx 시리즈의 칩셋을 사용한다. 48kHz/16bit가 한계인 이 칩은SpAct라는 기술을 사용하여 PLL과 클럭 재생이 이루어진다. 이에 반해TUSB3200A는 같은 SpAct 기술을 일정 부분 사용하지만 하드웨어로 모든 기능이 고정된 PCM 27xx와 달리 펌웨어에 따른 조정으로 퍼포먼스가 바뀐다. 두 칩셋을 개발한 엔지니어도 다르고 특히 후자는 설계한 사람의 능력에 따라 음질 차이가 현실적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린드만이 2세대 제품에서 이 칩셋을 사용한 이유도 그 때문이 아닐까 싶다. 린드만의 USB DDC는 현존하는 USB 오디오 인터페이스에서는 가장 뛰어난 제품이라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경험해 본 USB DAC들과 비교해보면 확실한 음질적 우위의 성능을 보여준다. 다만 아쉬운 것은 별도의 DAC가 따로 필요하기 때문에 일반 유저들이 손쉽게 구입한다고 해도 DAC를 추가로 사야 하는 것은 감안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USB DDC로 최고의 음질을 뽑아내는 방법은 PC가 아닌 Mac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제작자인 린드만은 Mac으로 컴퓨터 하이파이를 꾸밀 경우 CD 원본과 같거나 심지어 그것 보다도 더 뛰어난 음질을 들려준다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린드만은 쇼에서 데모를 할때, 자사의 820S SACD 플레이어와 USB DDC에 Mac book으로 모든 시연을 펼친다. 이번 테스트는 윈도우즈 기반의 PC였지만 가능하면 Mac으로 다시 한번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지금 컴퓨터 하이파이에 도전하려는 동시에 하이엔드 DAC 등을 갖춘 분이라면 린드만의 USB DDC는 절대 피할 수 없는 최고의 선택이다. 지금 당장 즐겨보시라. HF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