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를 모으던 데논의 일체형 AV리시버 최상급 기종인 AVC-A1HD가 드디어 출시되었다.
AV 컴포넌트계에서 데논하면 쉽게 흠집내기 어려운 가장 강하고 권위적인 존재로 여겨져 왔다. 본인이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벌써 5세대 전부터 데논은 고급 AV리시버 기종의 제품 종류와 최고가 기종을 보유하고 있다는 타이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라 유행을 선도하는 최신 포맷과 최신 인터페이스를 적용시킨 최고가 기종의 출시도 항상 데논이 시장을 선도해 왔다.
부수적으로 데논의 AV리시버들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는 AV리시버 한대로 멀티채널 AV사운드는 물론, HIFI적인 성능까지 만족시켜주는 우수한 AV리시버로 정설이 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안정적이면서도 소비자들에 대한 두터운 신뢰 덕분에 데논은 새로운 버전의 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고급 라인업에 대해서는 큰 걱정 없이 시장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는 다소 경우가 다르다.
아직까지 멀티채널 디지털 사운드 포맷이라면 Dolby Digital과 DTS 가 5.1채널에서 7.1채널까지 바뀌었다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그러나 DVD라는 매체가 처음 나왔을 때보다는 그 반향이 덜 하기는 하지만 DVD보다도 그 미디어의 용량이 최소 4배에서 8배나 더 큰 Blu-ray에 등장으로 인해 디지털로 압축을 하지 않아도 그 순수한 멀티채널 음성을 저장이 가능하게 되었다. Dolby Digital 은 Dolby Digital plus 와 Dolby TRUE HD 로 진화를 했으며, DTS는 DTS HD Master Audio 로 진화를 했다. 최근의 AV리시버는 이렇게 모든 새로운 포맷에도 완벽하게 대응을 해야 되지만 이 외에도 1080p 업스케일링 기능을 가지고 있는 훌륭한 비디오 프로세싱 기능, 그리고 이 모든 신호들을 최신 인터페이스 HDMI 1.3a 기능으로 모두 전송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데논 AVC-A1HD는 데논의 최고급 일체형 AV리시버답게 이 모든 기능들은 기본으로 모두 갖추고 있다. 그렇다면 뭘 더 따져봐야 될까?
사실 아직까지 최신 포맷 미디어의 수요가 그렇게 많지 않고 대중화가 되는 것도 과거의 DVD에 비해서는 훨씬 더딜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최신 포맷의 구현 능력도 중요하지만 이 제품을 살것이냐? 말것이냐? 를 논하는데 아직까지 중요한 것은 사실상의 앰프 본연의 신호 증폭 능력과 급변해 나가는 디지털 미디어에 대응하는 다양한 편의 기능 정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데논은 항상 최고가의 일체형 AV리시버를 보유하고 있다는 타이틀을 고집하고 그 타이틀을 내놓지 않았으나 이번 라인업에서는 플래그쉽 모델을 분리형 멀티채널 파워앰프와 별도의 AV프로세서로 제작을 함으로써 최고가 일체형 AV리시버를 고집하고 지켜야 하는 부담을 덜어내게 되었다.
그로 인해, 함께 출시한 자사의 대표 일체형 AV리시버인 A1HD는 과거의 플래그쉽 모델이었던 A1XVA에 비해 질적으로는 향상이 되었지만 양적으로는 다소 축소되어 개발이 되었다.
먼저 데논 A1HD는 과거 플래그쉽 기종이었던 A1XVA와는 달리 7.1채널로 설계가 되었다. A1XVA가 10.1채널이었던 것에 비해 내부의 증폭 모듈을 3개 줄인 것이다. 아무래도 제품 단가를 낮추면서 실질적으로 10.2채널이 일반 가정에서 큰 의미가 없었다는 점을 반영한 것 같다.
경쟁 업체라고 할 수 있는 야마하의 최고급 기종 DSP-Z11이 11.2채널인 것에 비하면 단순히 스펙상으로는 사양이 낮다고 할 수 있지만 단순히 사용자적 측면에서 봤을 때는 별 의미는 없다고 생각한다. 양이나 개수가 많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딱 필요한만큼의 개수로 얼마만큼의 완성도를 내주는가가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외양적 사양을 살펴보자.
제품의 디자인은 과거의 제품에 비해 상당히 세련되게 바뀌었다. 딱딱 각이 져있던 디자인에서 곡선형으로 바뀌었다. 그렇지만 권위감을 느끼게 하는 두터운 프론트 패널이나 넓직한 도어 패널, 그리고 알루미늄 절삭 가공된 무게감이 느껴지는 노브들의 고급스러움 등은 여전하다.
도어패널을 열면 간편하면서도 심플하게 배열된 각종 버튼들이 있다. 서라운드 모드를 변경하고 각종 설정 상황 등을 확인하고 조절하기 위한 버튼들이며, 외부 입력을 위한 광 음성입력 단자와 영상 입력 단자, 그리고 최신 기종답게 전면 패널에 USB 입력 단자를 장비하고 있어서 PC관련 장비 및 포터블 MP3 플레이어까지 모두 연결이 가능하다.
후면 단자부는 최신 HDMI 1.3a를 지원하는 모델답게 HDMI 입력단자 6계통과 출력단자 2계통을 장비하고 있다. 어떤 다양한 디지털 장비를 보유하고 있는 매니아들이라도 충분할 만큼의 단자 구성이다. 그리고 스피커 연결 단자는 모두 11계통으로 11채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11개의 스피커를 연결하거나 혹은 7.1채널의 스피커를 연결한 후, 여분의 단자는 바이앰핑 형식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특히 데논 A1HD는 후면 상단에 보면 재미있는 단자를 하나 확인할 수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네트워크 AV리시버로 이용하기 위한 장치로 유무선 네트워크 연동이 가능하며 PC나 별도의 저장장치에 저장되어있는 AAC, WMA, MP3, FLAC, WAV 등을 재생할 수 있다.
내부에는 최상급 프리미엄 AV리시버답게 대형 트로이달 트랜스가 검정색 커버로 보호된 채로 배치되어 있으며 마찬가지로 대용량의 콘덴서를 확인할 수 있다. 좌우 양쪽으로는 파워앰프 블록이 배치되어 있으며 단자부와 맞닿아 있는 뒤쪽에는 각종 최신 회로와 칩셋들이 배치되어 있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비디오 프로세서부는 최근 각종 프로젝터나 고급 AV리시버에 채택되어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미국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사의 REALTA HQV 프로세서가 사용되어 화질이 떨어지는 신호를 최고 1080p 신호까지 업스케일링이 가능하며 고속 고정밀도의 216MHz/12bit Video DAC 과 NSV(Noise Shift Video)를 탑재해 실질적인 영상 재현성을 높여준다.
채널당 150W 출력을 내는 7.1채널 AV리시버로서 그 내부 구성이 정연하면서도 최고의 메머드급 AV리시버로 그 명성이 자자했던 동사의 A1XVA에 비해 외부에서 보이는 크기는 좀 작아졌고 지원하는 채널 수도 3개가 줄어들었지만, 그와 크게 다르지 않은 거대하고 믿음직한 전원부를 갖춤으로써 무게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것은 바로 서론에서도 언급을 했듯이 실질적으로 필요치 않은 파워앰프 채널은 줄이고 딱 정확하게 필요로 하는 파워 채널에 좀 더 양질의 전원을 공급하기 위함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데논 AV리시버의 트레이드 마크이자 핵심 부품이라 할 수 있는 최신 32bit 플로팅 포인트 DSP인 샤크(SHARC)칩을 3개 사용했다. 역시 최상위 기종다운 사양이며 짜임새 있고 탄탄한 구성이다.
기본적인 데논의 성향은 우수한 생동감 표현에 기본적으로는 묵직하면서도 약간은 두꺼운 쪽에 가까운 음색 성향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데논이 저음이 많고 두리뭉실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것은 데논 A1SR이나 AVR-3803 이전 제품들에 국한된 이야기이다. 지금은 과거 제품에 비해 뭉텅하고 두리뭉실한 기운은 거의 개선이 되었다고 보면 된다. 잘 세팅이 되었을 때는 소리 하나하나에 실어주는 에너지감이 타 AV리시버에 비해서 가장 탁월한 것이 또 데논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소리가 과도하게 얇지 않으면서도 그렇다고 과도하게 부드럽지 않은 것이 비교적 중립적인 편이지만 이 중립적이라는 표현이 왠지 흔하고 평범하다기 보다는 응집력이 있고, 어떤 성향에 대해서도 포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모범적인 성향이라 할 수 있다.
Dolby TRUE HD 로 재생이 가능한 영화 ‘300’ 을 감상한다.
전사들이 길목을 막고 있는 상황에서 수백명의 적들이 몰려오는 상황이다. 적들이 몰려와 전사들의 방패에 부딪칠 때 전방에서 밀려오는 충격파가 대단히 묵직하다. 이것은 서브우퍼에서 나오는 저음이라기 보다는 프론트 스피커가 묵직하게 구동이 되면서 터져 나올 수 있는 충격파이다.
그 후 전사들이 창을 재빠르게 휘두르며 나는 소리의 이동음에 힘이 실려있다. 이것이 바로 소리의 에너지이다. 창이 치고 빠질 때 금속의 마찰음이라던지 힘이 앞뒤로 이동하는 에너지감에서 스피드와 힘이 느껴진다. 사실 이것은 데논처럼 소리 하나하나에 힘을 실어줄 줄 아는 AV리시버가 아니고서는 나오기 어려운 에너지이다.
전사들이 좀 더 넓은 곳으로 나와 백병전을 벌이는 장면에서는 모여있던 소리가 사방으로 분산된다. 좌우로의 스테이징이 넓어지며 서라운드 스피커가 격하게 반응을 보이며 사방에서 들려오는 신음 소리라던지, 튀기고 터지는 효과음들이 정확하게 그 윤곽을 표현해 준다.
소리를 멀리, 그리고 다양하게 들려주는 AV리시버가 있기도 하지만 효과음 하나하나를 묵직하고 실제로 거기에 그것이 있는 것처럼 소리의 윤곽과 형체를 만들어 주는 AV리시버가 있다. 후자가 바로 데논이다. 현란하게 움직이며 적들을 분쇄시키는 전사의 액션이 눈앞에 크게 그려지며 근육이 크고 힘차게 움직이는 것이 실제로 연상이 된다. 현장의 느낌을 표현해 줌에 있어 120inch 짜리 스크린 화면보다도 오히려 소리가 만들어 주는 실체감이 더 확실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DTS HD Master Audio 로 재생이 가능한 ‘킹덤 오브 헤븐’을 재생했다.
영화의 스케일 자체가 ‘300’에 비해 더 큰 영화이기도 하지만 기본 느낌 자체에서 소리의 양이 늘어난 느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오히려 화면상에 몇십명 대 몇십명의 싸움도 아니고 몇 대 몇의 전투 장면에서도 주변에 흘러나오는 배경음악 자체부터가 마치 거대한 오케스트라처럼 혼연일체가 되어 시청룸 안을 울려준다. 칼과 칼이 부딪치는 장면에서 그 충격음의 쌔기가 상당히 인상적일 정도로 가슴을 때리고 넓고 강하게 울려 퍼진다.
마지막 공성전 장면에서 투석기에 의해 거대한 바위가 날아가는 장면이 있다. 투석기의 특성상 멀리 늘어트려져 있는 바위를 밧줄로 끌어당긴 후 공중으로 던지는데 등 뒤에서 실제로 거대한 무언가가 크게 바닥으로 끌려지고 머리 바로 뒤쪽에서 휭~ 하고 날아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그 무게감이나 크기가 정말 리얼하게 표현되고 있다. 이것은 좀 더 명확하게 느껴지고 그렇지 않고를 떠나서 그 바위를 얼마만큼 무게감이 느껴지도록.. 그리고 머리 위로 무언가가 휭~ 하고 지나갈 때 움찔하는 느낌이 들도록 만들어 주는 능력이야 말로 정말 탁월한 재생 능력이라 할만 하다. 뿐만이 아니라 잘 배치된 스피커 시스템에 A1HD를 물려서 듣는 전쟁씬은 그야말로 현장감 그 자체이다. 이 현장감이라는 것이 정신 없이 산만스럽고 소리가 사정없이 날리는 현장감이 아니라 실제로 사물이 있고 실제로 화면에 보이는 무게감만큼의 이동감을 만들어 주는 것이야 말로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해 줄 수 있는 AV리시버로서의 능력이라 할 수 있다.
이 제품의 가치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는 오디오부나 비디오부나 특별히 흠잡을 것이 없다. 한때 데논의 최상급 프리미엄 AV리시버라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찬양을 하는 경향이 있었고, 그 덕분에 데논은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의외로 그때와 다른 것이 데논 이외의 브랜드에서 일체형 AV리시버로서는 더 고가의 제품이 한대, 두대 출시가 되고 있는 상황이고, 분리형으로 갔을 때는 오히려 데논보다 기술력이 뛰어난 하이엔드 브랜드들이 즐비하게 분리형 멀티채널 서라운드 시스템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데논은 데논이다.
SHARC칩 3개가 만들어 내는 정밀한 소리의 형태감과 이동감과 함께 뛰어난 구동력으로 화면상에 표현되는 장면들의 실체감과 현장감을 살려주는 능력은 아직까지도 여느 AV리시버에 비해 뛰어나다.
소리가 명확하게 들리고 안 들리고를 떠나서 화면상에 곰이 있다면 내 방안에는 당연히 진짜 곰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정말로 내 등 뒤에 곰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들어 주는 것이 멀티채널 사운드의 진수이며 AV리시버가 구현해 줘야되는 진짜 능력이다. 물론, 이러한 수준 높은 현장감은 AV리시버 하나만 좋다고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능력면에서 데논이 가장 우수한 특장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성향 뿐만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더욱 중요한 것은 AV리시버도 앰프의 일종이다. 그렇기 때문에 앰프 본연의 임무라고 할 수 있는 스피커에 대한 제어력과 순수 음의 질도 무시를 해서는 안된다. 그러한 측면에서도 데논 A1HD는 가격의 고저를 떠나 최고의 구동력의 우위를 왠만해서는 양보하지 않을 듯 싶다. 이것은 데논의 오랜 전통이자 데논 음색의 특징이다. 그리고 해상력과 선예감, 입체감 등을 우선적으로 표현하는 AV리시버는 아니지만 중후하면서도 매끄럽고 균형잡힌 질감의 사운드는 거의 대부분의 음악 애호가들에게도 흠잡을 것 없는 수준의 HIFI적 능력을 과시할 것으로 생각된다.
AV앰프 제작 경력이 짧은 업체에서는 우수한 완성도로 AV리시버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데논의 AVC-A1HD는 여전히 전체 단일 AV리시버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제품이다. 프리미엄 AV리시버를 소유하고자 하는 고급 유저들이라면 욕심 내볼 기기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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