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 정상을 꿈꾸는 고결한 음악의 영혼

지난 2006년 우리나라의 오디오계를 뜨겁게 달군 기기들이 적지 않지만, 그 가운데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필자는 서슴없이 다질의 NHB-18NSㆍNHB-108 모델 1 세트를 고를 것이다. 이들 기기의 매력에 푹 빠진 필자는 이미 두 번에 걸쳐 이들 기기에 대한 시청 리포트를 본지에 게재한 바 있다. 바로 이 때문에 필자 자신이 다질의 대변인 노릇을 한 것 같다는 느낌마저 들지만, 이 자리에서 밝혀 둘 것은 필자에게 다질은 지금도 실체를 알 수 없는 신비의 회사라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2월호 본지에 실린 다질의 대표 아베 델레트라즈의 인터뷰 기사는 이 회사에 대한 정보 부족에 시달리는 필자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이들 앰프의 이름에 붙어 있는 NHB가 ‘Never Heard Before’, 그리고 NS가 ‘No Switch’의 약자라는 것 외에는 다질에 대하여 궁금한 것이 한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잠시 델레트라즈 사장의 말을 들어보자.

“다질(Dartzeel)이라는 브랜드명은 제 이름(Deletraz)의 철자를 조합해서 만든 것입니다. NHB-108에서 NHB는 ‘Never Heard Before’의 약자이고, 108의 뜻은 8Ω에서 100W의 출력을 낸다는 것입니다. 프리앰프 18NS에서 ‘NS’는 ‘No Switch’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처음의 구상은 프리앰프만으로 8Ω에서 1W의 출력으로 구동하려고 했는데 아쉽게도 계획대로 되지 않았지만 모델명은 ‘18’로 남게 되었네요.”
브랜드명의 유래야 그렇다고 하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그의 이야기에는 엉뚱한 듯하지만 곱씹어 보면 그냥 지나치기 힘든 흥미로운 발상들이 눈에 띈다. 예를 들면 프리앰프의 18NS에서 ‘18’이 ‘1W/8Ω’, 그러니까 8Ω에서 1W 출력으로 구동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고, 파워 앰프 108은 8Ω에서 100W의 출력을 낸다는 뜻이 그러하다.

그러나 다질과 관련하여 항상 궁금했던 것은 이들 앰프를 내놓는 데 16년의 세월이 필요했다고 주장하는 대목이었다. 당시 인터뷰에서 델레트라즈 사장은 이에 대하여 소상하게 털어놓았다.

“16살 때 제네바 엔지니어 스쿨에 들어갔고, 26살에 처음으로 앰프를 제작했습니다. 그때 완성한 앰프도 지금의 다질 앰프처럼 피드백이 전혀 없는 것이 특징이었죠. 하지만 이 앰프에 만족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엔지니어에 대한 꿈과 노하우, 그리고 실력을 키워가며 16년이라는 세월이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1999년에 NHB-108 모델1 프로토타입을 완성했습니다.”

델레트라즈 사장 자신이 원했던 음향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지만, 곰곰 생각해 보면 이 부분을 특정하여 언급하지 않는 이유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그 답이 이들의 홈페이지에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이들은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먼저 들어보고 평가는 나중에 하십시다. 이 순서를 반대로 해서는 안 됩니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제품을 설계하는 방식입니다.’

사실 이러한 지적은 오디오 애호가들이 흔히 저지르는 오류를 정확하게 꼬집는 것이다. 기기에 투입된 소재나 기술에 지나칠 정도로 파고들면서도 정작 음악과 음향 자체에 대해서는 꼬리를 감추어 버리는 애호가들의 폐단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막자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은 하나! 아무런 선입견 없이 음악을 순수하게 경청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그리고 음악을 감상하면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점검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음악은 영혼의 표현, 또는 영적인 성숙을 이끄는 강력한 수단입니다. 음악이 불러일으키는 다양한 감정은 설계 과정에서 신중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이럴 때 기술은 이들 감정을 한껏 고양하고 초월하는 경우에만 활용해야 합니다. 이들 감정을 왜곡하지 않으면서 말이지요.’

그렇다면 이들 앰프 세트는 어떤 음향을 연출하는가? 한 마디로 요약하면 ‘고전적인 아름다움으로 충만한 음향’을 연출하는 앰프 세트라고 하면 좋을 것이다. 이들 앰프 세트는 무엇 하나 더할 것도 없고 뺄 것도 없는 정묘한 대역 밸런스, 무엇 하나 적절치 않은 것이 없는 스케일과 심도 표현, 명도와 채도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삼삼한 색채 표현, 매끄럽게 흐르지만 음표 하나하나의 의미를 정확하게 담아내는데 소흘하지 않은 적절한 굵기의 선율선과 유련한 리듬, 어떤 상황에서도 음향의 윤곽을 무너뜨리지 않고 피아니시모에서 포르티시모까지 유연하게 솟아오르는 자연스러운 다이내믹 등이 혼연일체를 이룬, 독특함과 보편성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음향을 연출한다.

이만 하면 최고의 찬사를 되풀이한 꼴이지만, 이들 앰프 세트에서 놀라움을 안겨주는 대목은, 먼저 들어보고 난 다음에 판단하라고 했던 바로 독자적인 기술 내용이다. 누가 알았겠는가? 이들 앰프가 진공관 앰프가 아니라 트랜지스터 앰프였다는 사실을… 누가 알았겠는가? 이들 앰프가 배터리 구동 방식의 DC 앰프였다는 사실을… 이에 대하여 다질의 사장 델레트라즈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배터리 구동을 채택한 이유는 외부의 간섭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서입니다. 결국 ‘클린 파워 서플라이’죠. 이런 영향으로 소리의 이미지를 아주 세세하고 선명하게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사운드 스테이지도 한층 넓어지죠.”

그러나 이들 앰프 세트에 담긴 노하우가 어디 배터리 구동에만 있겠는가? 여기서 NHB-18NS에 담긴 기술 내용부터 간략하게 살펴보면, 이 앰프는 가장 기본적인 형태로 최소화한 회로 설계를 채용하여, 입력에서 출력에 이르는 전 과정을 듀얼 모노 방식의 순수한 배터리 구동 방식으로 전원부를 설계하고 있으며, 볼륨과 셀렉터에 사상 최초로 ‘100% 무접점 설계’의 이념을 관철하고 있다. 이뿐이 아니다. 이 앰프는 볼륨과 셀렉터에 일체의 접점과 스위치, 릴레이, 반도체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다. 다음으로 NHB-108 모델1을 살펴보면, 이 앰프 또한 회로 설계에 네거티브 피드백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입력단과 출력단을 개회로(開回路)로 설계하고 있고, 신호 경로에 릴레이ㆍ스위치ㆍ퓨즈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을 주요 설계 이념으로 삼고 있다.

이렇게 보면 다질의 앰프 세트가 연출하는 음향은 음악과 기술, 어느 한 분야도 소흘하지 않은 고도의 감수성과 뛰어난 기술력의 만남에서 탄생한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정규 악기 가운데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치 않은 것이 어디 있으며, 뛰어난 청감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 어디 있겠는가? 이렇게 보면 ‘우리 시대의 악기’인 오디오 기기에서 이런 측면을 발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이들 앰프 세트가 설계자가 마음속으로 그렸던 음악의 표정을 구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염원하는 음향은 과연 어떤 것일까? 몇 번이고 되풀이하는 말이지만, 그것은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나 통하는 ‘황금빛 고전주의 음향 미학’이다. 완벽한 균형과 조화를 추구하는 음향, 그 자체로서 자연 음향의 감촉과 느낌을 전달하는 음향! 바로 이것이 다질이 추구하는 음향의 실체이다.

Dartzeel NHB-18NS 프리앰프

- 가격 : 2,850만원
- 입력 임피던스 : 100㏀ 이하(Line RCA, 5Hz-200kHz), 30㏀ 이하(Line XLR, 20Hz-40kHz), 50±1Ω(BNC)
- 출력전압 : 4V(RCA, XLR), 2V(50Ω, darT outputs)
- 출력 임피던스 : 50Ω
- 주파수 응답 : 5Hz-500kHz(+0, -1dB)
- THD : 1% 이하(10Hz-100kHz)
- S/Nql : 100dB 이하(Line 입력에서 2V 출력일때)
- 소비전력 : 50W(5시간 동안)
- 게인 : 13dB(Line)
- 크기(WHD) : 44x15x33.5cm

NHB-108 Model One 파워앰프

- 가격 : 2,400만원
- 실효출력 : 100W(8Ω, 2Ω), 160W(4Ω, 1Ω)
- 게인 : 26dB(8Ω)
- 입력 임피던스 : 100㏀ 이상(RCA, 5Hz-200kHz), 50±1Ω(BNC, 1Hz-1MHz)
- 출력 임피던스 : 0.33Ω 이하(20Hz-20kHz, 8Ω 이하에서 측정)
- 라이즈 타임 : 0.8㎲ 이하
- THD : 1% 이하(7Hz-77kHz)
- S/N비 : 105dB 이상
- 크로스토크 : 90dB 이하(20Hz-20kHz)
- 소비전력 : 150W(idle), 1,000W(최대)
- 크기(WHD) : 44x17x33.5cm
- 무게 : 30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