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색깔 분명한 마법의 소리

이런 좋은 추억은 필자로 하여금 ATC 50ASL MK2에 도전하게 했다. 누군가 오디오에 취미가 없지만 음악 생활을 즐기고 싶으니 스피커를 하나 추천해 달라고 하면 ATC 50ASL MK2를 권할 정도로 ATC의 음색은 진하고 섬세하다.

이번 리뷰 대상인 SCM 40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이 스피커는 ATC의 엔트리 모델 중 상급에 속하며 ATC의 신형 라인업 중 가장 저렴한 3웨이 모델이다. ATC 하이엔드 레벨에 속하는 SCM 20SL MK2와 SCM 50SL MK2 사이의 모델로서 자칫 잘못하면 이 두 모델의 시장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에 이전 모델인 35가 조금 소극적인 음의 성향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다. 그만큼 크게 부담되지 않은 가격에 파워풀한 스펙을 제공하는 것이 이 스피커의 최대 매력이다. 하지만 오디오만큼 숫자로 성능을 표시하기 힘든 것도 없다. 필자가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이 스피커가 우리에게 미치는 감성적 표현은 어느 정도일까?

우선 ATC의 라인업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엔트리 레벨이라 할 수 있는 SCM 7, 12, 35는 하이엔드 레벨인 SCM 20, 100, 150과 달리 배플이 캐비닛에 파묻힌 형태이다. 이것이 음질에 미치는 영향은 굉장히 크다. 단순히 배플의 모양 때문이 아니다. 소리를 들어보면 상급기 쪽이 훨씬 음장이 넓고, 소리의 이탈감이 좋기 때문이다. 또한 ATC 스피커의 배플은 옛날부터 독특하여 유닛의 콘이 움직일 때 생긴 진동이 캐비닛에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최대한 억제했다. 이로써 음의 착색을 제거하고 최대한 자연스러운 울림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SCM 신형 엔트리 레벨은 다시 진보를 거듭하게 되는데, 하이엔드 레벨과 생김새는 다르지만 배플이 돌출되었다.

이로써 더 넓은 무대의 음장감을 선사하는데 그 결이 이전 기기보다 훨씬 뛰어나다. 특히 고음이 쭈욱 뻗는다. 이전 모델처럼 답답하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 이것은 새롭게 대발한 소프트 돔 타입의 트위터를 SCM 40에 채용했기 때문인 듯하다. 트위터가 좋다 해도 이 정도로 극적인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크로스 오버 주파수인데 주파수가 상급기와 같은 380Hz, 3.5kHz이기 때문으로 보인다(이전의 SCM 35 모델은 크로스 오버 주파수가 380Hz, 2.8kHz. 이 점이 중ㆍ고역대에 소리 변화를 가져다주는 원인이다). 이는 우리 귀에 가장 잘 들리는 주파수대역은 중역 주파수대인데 보통 스피커가 1인치 크기의 트위터와 4~7인치의 미드 유닛 또는 미드 우퍼로 구성되고 크로스 오버 주파수를 2kHz로 제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상대적으로 1인치 크기의 트위터에서 나오는 소리보다 SCM 40에 채용된 3인치 크기의 소프트 돔에서 3.5kHz까지 재생될 경우 소리가 더 잘 뻗고 울림이 매우 좋아진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인간의 귀는 이 주파수 대역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완성도에 따라서도 평가는 크게 달라진다. 여기까지의 설명만 해도 ATC SCM 40은 충분히 좋은 스피커라 얘기할 수 있다. 하지만 ATC가 좋은 이유는 따로 있다. 하지만 ATC가 좋은 이유는 따로 있다. 3인치 소프트 돔 타입의 미드레인지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스피커의 미드레인지 유닛은 대부분 역돔 타입이다. 소재도 펄프, 케블라, 세라믹 등 다양하다. 하지만 재질에 따른 음색의 차이일 뿐 소리의 매질이 공기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 이러한 돔 타입의 유닛은 지금껏 역돔 형태의 소리와 매우 다르다. 이런 내용을 뒷받침하는 것이 주변에서 ATC는 중역대의 소리가 뭔가 끈적거림(실제로 3인치 소프트 돔에는 특수한 물질이 발라져 있는데 이것이 매우 끈적거린다)을 느낄수 있다 하는데 바로 위와 같은 파별성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설명은 이쯤 하기로 하고 본격적으로 음악 이야기를 해보자. 필자는 불과 몇 주 전까지 ATC 20SL MK2를 가지고 있었기에 거의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 있었다. 물론 50ASL MK2도 소리에 대한 기억은 그대로였는데 저음은 생각했던 것보다 매우 좋아졌다. 이전의 SCM 35를 꽤 오래 사용했었는데 아무리 오랜 시간 우퍼를 움직여줘도 답답하게만 느껴졌던 저음은 텔락에서 발매한 차이코프스키의 ‘1812년 서곡’에 대포 소리를 듣는 순간 소극적이었던 이전 모델의 저음이 어떻게 이렇게 적극적으로 변했음을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반응이 빠른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느린 것도 아니다. 같은 곡을 계속 재생해보니 지금 생각해봐도 이전 모델은 상급 모델을 너무 신경 쓴 나머지 봉인해둔 것인가 생각할 정도로 답답했다. 어쨌든 극적인 변화다. 그렇다면 SCM 40의 보컬 재생 실력은 어떠할까? 상급기와 같은 유닛을 채용했어도 그 수준 차이는 상당하다!

‘Don't know why’를 들으며 노라 존스의 보컬 재생 실력을 점검했다. 확실히 ATC 스피커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목소리의 결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여유와 부드러운 자극이 일품이다. 하지만 최근에 들었던 SCM 20SL MK2만큼은 아니었다. 목소리의 저음은 다소 빈약하게 들렸고 중고음이 조금 강조된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최근에 나온 성시경 앨범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이것은 집중하고 들어야 파악할 수 있는 종이 한 장의 차이만큼의 실력 차이랄까? 하지만 독자의 귀가 예민하다면 분명히 이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결론은 이렇다. 이전 모델인 SCM 35는 분명 자기 위치를 찾지 못했다. 스펙을 보면 매력이 넘치지만 소리는 기대만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SCM 40은 다르다. 스펙만큼이나 매력적인 소리이다. 최근 고가 행진을 타고 있는 스피커 시장에 지불한 현금만큼 기분 좋은 소리로 보답해 줄 몇 안 되는 스피커라 평하고 싶다. 현실적 금액에 ATC를 추구하고 저음에 목말라 있다면 이 스피커가 독자의 오아시스가 되어 줄 것이다.

월간오디오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