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한 울림, 균형 잡힌 소리

볼더 865는 임티앰프로서의 퀄러티를 최대한 뽑아내는 제품이라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대형기로 대편성을 울리기보다 중형기로 소편성을 울릴 때 매력이 살아났다. 특집 인티앰프와 매칭하기 위해 선정한 세 기종의 스피커는 각각의 가격 차이도 크고, 공교롭게 모두 순한 성격이 아닌 공격적인 음색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 하이엔드 업체의 경우 보급기를 만들어 낸다. 아쉬운 대로 1000만원 미만대에서 구할 수 있는 제품이 있게 마련인데, 볼더 같은 몇몇 업체는 아예 그러한 제품도 없다. 볼더로는 이 865 인티앰프가 로우엔드이다. 그리고 볼더는 CD 플레이어 하나, 스피커 하나 만들지 않는 오로지 앰프만을 만드는 업체이다. 각 스피커와 매칭을 살피기 전에 이 865는 볼더의 최하위 모델로서, 다른 업체의 이 가격대의 인티앰프는 분리형의 퀄러티를 가지고 있지만 인티앰프 형식으로 마무리가 되었다면, 볼더 865는 인티앰프로서의 퀄러티를 최대한 뽑아내는 제품이라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대형기로 대편성을 울리기보다 중형기로 소편성을 울릴 때 매력이 살아났다. 특집 인티앰프와 매칭하기 위해 선정한 세 기종의 스피커는 각각의 가격차이도 크고, 공교롭게 모두 순한 성격이 아닌 공격적인 음색을 가지고 있다. 볼더로는 같이 경쟁하는 ASR이나 부메스터보다 다소 불리하겠지만, 볼더 865의 매력 포인트가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에벤 X-3와 짝을 이루었다. 필자가 1년 전에 리뷰했던 제품(2006년 4월호 참조)이기에 가장 먼저 시청했다. 피아노 음이 착착 귀에 감기고 혼(horn)의 매력적인 소리가 리본답지 않은 트위터를 통해 나온다. 리본 트위터 형식이나, 이전 리뷰에 말했듯 앞쪽에 혼 로드까지 걸려 리본형 트위터 음색이 좋아 이 스피커를 선택한다면 큰 실수를 하게 될 것이다. 볼더 865는 단추처럼 달려 있는 스캐닝 우퍼를 구동하기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버드랜드(naim)의 안토니오 파르치오네의 기타 음색은 매력적으로 기타 음과 세밀함이 약간 아쉬운 저역 구동의 다이내믹과 어우러져 비교적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낸다. 양쪽 기기 모두 퀄러티가 높기에 해상도가 뛰어나며 배경음이 아름답다. 보컬곡은 묘하게도 여성 보컬보다 (ECM)에서 들려준 남성 보컬이 더 어울린다. 일반적인 리본 트위터와는 다른 특색이다.

로시니의 ‘눈물’(아르모니아 문디)에서 볼더의 능력이 펼쳐진다. 피아노의 안길이가 좋고 울림이 살아 있다. 출력에 욕심을 버리고 음량을 줄여 -28~-29dB로 낮추자 차분하고 고급스러운 볼더 사운드를 들려준다. 현의 보잉이 아름답고 곡 분위기에 어울리는 어두운 톤의 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결코 칙칙한 소리는 아니다. 볼륨을 줄이면 역으로 다이내믹해지고 강약의 미묘함도 나온다. 분리형과 다른 면모. 리카르도 샤이가 지휘하는 쇼스타코비치의 재즈곡 중 ‘왈츠’는 기분 좋은 배음의 퍼커션과 펼쳐짐이 좋고, 아기자기한 오케스트레이션을 만든다. 볼륨을 올려 밸런스를 깨고 싶지는 않다.
좋은 조합이라 말하기 힘든, 각 기기의 가능성을 보여주었지만 그 실체를 표현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볼더 865 인티앰프로는 에벤 X-3이 버거운 스피커였다.

틸 CS2.4는 세 스피커 중 가장 저가였다. 평범한 소리를 내는 스피커는 아니지만 셋 중에서는 가장 평범한 방식으로 소리를 내는 스피커이다. 무대의 구성과 스케일, 그리고 해상도면에서 확실히 많이 처지지만, 각 악기의 자연스러운 매력이 부담없다. 또한 평범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볼더 사운드가 품위 있는 음을 재생한다. 차분하게 울리면서 균형 잡힌 소리가 매칭의 묘미를 들려준다. 저음역의 스케일은 스피커의 한계로 아쉽지만, 전체적인 밸런스가 맞다. 물리적인 특성은 모두 다른 스피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지만 필자라면 볼더 865에는 세 스피커 중 이것을 베스트로 선정하고 싶다.
버드랜드의 다이내믹한 음향은 떨어지고, 볼더 특유의 얌전함이 지배를 하지만, 사비나 슈바(Sabina Sciubba)의 ‘mirror mirror’의 목소리는 가볍게 이완되어 뛰어난 감정표현을 들려준다. 로시니의 ‘눈물’의 해상도 차이가 에벤과는 실체감이 다르게 느껴진다. 어쩔 수 없는 가격적인 한계점, 틸의 조금 더 상위 제품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한 가닥 한 가닥은 처지지만 그래도 전반적인 분위기 면에서 비슷한 가격의 동급 제품이라면 틸이 훨씬 좋지 않았을까 쉽게 추론할 수 있다. 스케일의 차이란 것이 소규모의 재생에서도 어쩔 수 없이 존재한다.

조합이 묘하게 맞으면서 필자가 싫어하는 메탈 돔 특유의 뾰족한 느낌이 안 나오고 볼더 특유의 고급스러움이 묻어난다. 헨델의 ‘왕궁의 불꽃놀이’나 쇼스타코비치의 곡처럼 스케일 면에서 한계는 보이지만 흥겨운 느낌을 살려주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다. 이 조합에서는 볼더가 스피커를 지배했고 그것이 가장 좋은 밸런스로 나온 것 같다.

부메스터 B50 스피커는 에벤 X-3와 비슷한 방식의 트위터를 가지고 있지만, 예상과 다르게 에벤과는 전혀 다른 소리가 나온다. 부메스터 스피커의 매력은 바로 AMT이라는 리본 트위터의 명작을 달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훨씬 여성적이면서 순하고 안정적인 표현을 해낸다. 에벤보다 투명도는 덜하지만, 공격적인 성향보다 보수적으로 소리를 마무리한다.

ATM의 매력은 관악기에서 유감없이 발휘된다. 캐논볼 에들리와 마일스가 들려준 ‘고엽’(blue note)은 셋 중 가장 결과가 좋았고, 피어오르는 듯 들려준 여성보컬의 미음도 가장 좋았지만 저역 구동에는 조금 아쉬운 면을 남겼다. ‘버드랜드’의 파르치오네의 기타 음색은 다이내믹은 조금 떨어지지만 스피드가 살아난다. 그래서 경쾌하게 들린다. 역시 기타는 부메스터가 최고이다. 슈바의 ‘mirror mirror’(naim)는 기타와 여성보컬의 조합인 만큼 좋을 수밖에 없었고 의 경건한 느낌도 좋았다.

클래식 소편성인 로시니의 ‘눈물’의 경우 이 조합의 매력이 살아난다. 스피커 특성상 조금 밝게 표현되면서 부메스터 032 인티앰프보다는 서정적으로 울려낸다. 피아노와 바이올린이 서로 주고받는 대위법적인 조화가 잘 표현되는 명연이었다. 대편성곡의 경우 앞서 말한 865가 가지는 인티앰프로의 한계점으로 다이내믹하고 스케일 큰 소리를 들려주지는 못했다.
스피커가 같은 부메스터의 032 인티앰프와 제짝을 이루기에 볼더와 묶을 일이 드물어 보이지만 얀 가바렉의 (ECM)에서 들려준 바와 같이 전반적으로 볼더와 차분함과 부메스터의 깔끔한이 잘 조화를 이루는 소리었다.

월간오디오 발췌

신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