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일즈 데이비스의 녹음 곡명이 떠오르는 이 만만치 않은 스피커는 스웨덴의 하이파이 업체 XTZ의 스탠드마운트 스피커이다. 나름 유명한 업체들이 한둘 있기는 하지만 사실 하이파이 업계에서 변방 쪽에 가까운 스웨덴 업체인 XTZ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업체이면서도 빠른 시간에 스피커에서 일렉트로닉스까지 아우리는 하이파이 라인업을 제대로 구축했다. 이들의 모토는 최고의 기술을 최저의 가격으로라는, 일종의 가격 대비 성능을 추구한 코스트 퍼포먼스를 최고로 친다. 리뷰 제품인 99.26도 그러한 이 유러피언 다운 경제성과 심플함을 내세운 스피커라 할 수 있다.

99.26은 지난달 리뷰 된 99.25와 사실상 동일한 스피커라 할 수 있다. 생산되는 공장, 드라이버 유닛, 기본 컨셉 모두 두 제품이 똑같다. 그러면 무엇이 다를까? 우습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생긴 것이 다르다. 보시라, 다르게 생겼지 않았는가? 이에 따른 차이는 당연히 뒤따른다. 스펙 상에 있어서 99.25보다 이 스피커가 폭이나 높이, 안 길이 등이 모두 1~2cm 정도씩 더 크다. 아무래도 라운드 처리를 하고 디자인을 만들다 보니 구조적으로 좀더 커질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1:1 비교를 하지 않는 한 거의 같아 보일 것 같은데 실제로는 이 99.26이 훨씬 더 커 보인다. 그만큼 둥글린 라운드 인클로저가 훨씬 튼튼하고 단단해 보이는 것이다.

라운드가 주는 효과는 또 하나 있다. 아무래도 둥글리고 꺽다보니 구조적으로 일반 사각형 박스에 비해 더 두껍게 만들어야 했고 내부 버팀목 같은 보강 처리도 좀더 강화되어 있다. 이런 처리는 당연히 인클로저의 강성화를 추구하고 덕분에 유닛들의 움직임에서 진동이 몸체를 흔들거나 울리게 만드는 나쁜 영향들이 최대한 배제될 수 있게 된다. 이는 유닛 자체의 소리가 그대로 재생된다는 뜻이다. 즉, 명료함이나 투명도 향상에 좀더 도움을 줄 수 있다.

라운드 캐비닛에 씌운 블랙 하이글로스 마감은 수 차례에 걸친 래커칠과 사포질로 만든 것이다. 사용된 유닛은 99.25와 같은 Fountek NeoCD3.0 리본 트위터와 시어스의 18cm Exel W18E 다. 이 트위터는 모니터오디오의 플래티넘 시리즈 트위터로 유명하며 시어스의 Exel은 두 말이 잔소리다. 특히 후자의 경우 기본 유닛에 개량을 가한 마그네슘 버전으로 보다 빠르고 정확한 사운드를 구사한다. 이외에 뒷면에 점퍼를 통한 유닛별 응답 특성 조정 기능도 변함없이 제공된다.

사운드 퀄리티

전반적으로 투명도 높고 첨예한 선도감이 훌륭한 사운드다. 북쉘프지만 작지 않은 몸집과 탄탄한 캐비닛 덕분에 음 또한 또렷함과 명료도가 높다. 저음은 정당한 수준의 양감과 더불어 빠른 스피드를 구사한다. 덕분에 니어필드로 들으면 사운드 스테이지가 상상 이상으로 크로 입체적이며 임장감이 우수한 그림을 눈 앞에 그려낸다.

특히 리본 트위터의 영향을 고역의 디테일과 명료한 울림을 멋지게 살려낸다. 기돈 크레머가 연주한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를 들어보면 다소 자극적으로 비춰질 수 있는 바이올린의 음색이 시원한 선도감과 더불어 홀톤이 살아 있는 가운데 매끄럽게 뻗는다. 동급 가격대의 북쉘프 스피커들이 들려주는 고역의 엣지감이나 거친 입자 같은 것이 99.26에서는 크게 드러나지 않는 매력이 있다.

한편 프로디지 같은 테크노 사운드의 자극적인 소스에서도 이 스피커는 자제력을 잃지 않는다. 저음의 반응이 뛰어나 리듬을 잘 살려줄 뿐만 아니라 중고역의 매끄러움은 자극적인 효과음들도 듣기 편하면서도 시원시원하게 뽑아낸다.

99.26은 쌍둥이 형제인 99.25와 사운드적으로 유사하지만 좀더 크고 탄탄한 몸집으로 약간의 역동성과 개방적인 사운드로 미묘한 차이를 들려준다. 특히, 100만원대 중반이라는 이해하기 힘든 가격은 이 스피커를 반드시 갖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살아있다.

[HI-FI CHOICE 최윤호님 글 발췌]